미국 중간 선거일이 벌써 하루를 앞두고 있습니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우려 속에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을 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해진 가운데 미국 주식시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가 없습니다. 미국의 선거 제도는 우리나라와 다르고 복잡해서 관심을 가지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미국 대선 뉴스 아무리 봐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으니 복잡한 미국의 선거제도 확실하게 완벽 정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미국의 선거제도
1. 미국의 선거제도를 이해하려면 우선적으로 알아야 할 3가지 기본 요소
① 간접선거 ② 승자 독식 체제 ③ 주마다 다른 방식 채택
미국은 공화당과 민주당 거대 양당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소수 정당이나 무소속으로도 대통령 후보에 출마를 할 순 있지만 결국 양 당 중 하나의 당에서 대통령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당의 공식 후보가 되려면 "경선"에서 승리해야 합니다.
미국의 경선은 좀 독특한 방법으로 치러집니다.
자신이 원하는 후보에 바로 투표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선택해 줄 대의원에 투표를 하는 간접 선거로 진행됩니다.
2. 프라이머리(primary), 코커스(caucus) 2가지 방식
미국은 2월부터 6월까지, 대략 4개월에 걸친 기간 동안 각 주별로 프라이머리나 코커스를 진행해 대의원을 뽑습니다.
프라이머리(primary):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정당별 후보를 선출하는 예비 경선의 한 방식. 당원이 아니라도 참여할 수 있다.
코커스(caucus): 미국의 특수한 형태의 정당 집회. 제한된 수의 정당 간부나 선거인단이 모여 공직 선거에 나설 후보자를 선출하거나 지명 대회에 참석할 대의원을 선출하는 모임으로 정당별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예비 경선.
선거 시기와 기간 및 투표 방식
1. 주 별 선거 기간 및 시기
주마다 예비선거 기간도 조금씩 다릅니다. 코커스(caucus)는 아이오와 주에서 가장 먼저 열리고 프라이머리(primary)는 뉴햄프셔주에서 가장 먼저 열립니다. 여기서 나오는 첫 결과에 따라 언론의 관심이나 선거 자금 모금액이 달라지기 때문에 미 대선에 있어서 이 두 행사는 상징성이 큽니다.
가장 중요한 날은 "슈퍼 화요일"이라 불리는 3월 첫째 화요일입니다. 이 날은 여러 주의 프라이머리와 코커스가 몰려 있는 날이며 그만큼 정해지는 대의원 수가 많다 보니 각 당의 대통령 후보 윤곽이 드러나게 됩니다.
이렇게 뽑힌 대의원 들은 각 당의 전당 대회에 참석해 대통령 후보를 결정합니다. 이렇게 각 당의 후보가 결정되면 다음 투표일에 투표만 하면 끝나는 게 아닙니다. 다음 투표일은 대통령을 뽑아줄 선거인단을 뽑는 선거입니다.
2. 선거인간의 투표 방식
선거인단 투표 방식은 주마다 다르며 투표용지에 대통령 후보의 이름을 적어 내기도 하고 이미 인쇄된 종이에 적힌 후보 이름에 표기를 하기도 하며 빈종이에 대통령 후보의 이름을 적어 내기도 합니다.
이렇게 뽑힌 "선거인단"이 다음번 투표날 투표를 해야 비로소 모든 투표 절차가 끝납니다.
3. 선거인단 배정
선거인단은 총 538로 일단 각 주마다 2명씩 100명을 배정하고 그다음 인구 비례에 따라 435명을 나눠 배정합니다. 미국 의회의 상하원 의원과 같은 수입니다. 여기서 수도인 워싱턴 DC에 배정된 3명이 합쳐져 538명이란 최종 숫자가 나옵니다.
주마다 2명씩 100명 + 주별 인구비례 435명 + 워싱턴 DC 3명 = 538명
즉, 과반인 270명의 선거인단에게 표를 얻어야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습니다.
선거 린단의 구성
선거인단을 당원, 지역 유명인사, 일반 시민들을 섞어 구성합니다. 다만, 자신의 당에서 낸 후보에게 표를 던질 충성도 높은 사람들을 선택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메인주와 네브래스카주를 제외한 모든 주가 "승자 독식제"를 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쉽게 말해 한 표라도 더 많이 가져간 쪽이 그 주의 선거인단을 "독식" 한다는 것입니다.
ex) 선거인단이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를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대선 투표 결과 캘리포니아 주민의 51%가 트럼프를 49%가 바이든을 선택했다고 가정했을 때 2% 포인트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도 트럼프를 뽑기로 한 선거인단 55명 전체가 선택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문제는 주민 49%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위의 예시처럼 2016년 대선 때는 미국 전체의 300만 표를 더 많이 받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낙선하고 선거인단을 좀 더 확보한 트럼프가 당선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미국 역사상 유권자 투표에서 이겼지만 선거인단 투표에서 패해 당선되지 못한 사례는 5차례나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뿐만 아닙니다. 대통령 후보가 캘리포니아, 뉴욕처럼 민주당이 뚜렷이 강세 거나 텍사스, 아이오와처럼 공화당이 뚜렷이 강세인 주는 일치감치 제쳐놓고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정치적인 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경합주(스윙 스테이트 Swing state)에만 신경 쓰는 일도 발생합니다.
더불어 알래스카, 델라웨어, 버몬트 등 선거인단의 수가 적은 주들이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주'로 분류되어 버리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들 주에선 자연스럽게 투표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복잡한 선거인단 제도를 고집하는 이유
가장 큰 이유증 하나는 선거인단 제도가 헌법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헌법은 미국의 정체성을 이루고 있는 만큼 손을 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생기는 근본적인 의문 하나인 선거인단 제도는 애초에 왜 생긴 걸까 하는 의문이 있습니다.
1. 미국의 헌법과 지방분권
헌법이 생겨난 미국 건국 초기로 돌아가게 되면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당시, 미국의 주는 13개였습니다. 이 주들의 관계는 한 나라 안의 여러 지역이라는 개념보단 서로 독립된 개별적인 동네들에 가까웠습니다. 이렇게 각자 주권을 가진 주들의 대표들 즉, 건국의 아버지들은 더 큰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1787년 필라델피아에 모였습니다. 그리고 협상 과정을 통해 만든 문서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의 헌법입니다.
건국의 아버지들이 당시 지니고 있던 사고방식의 핵심 중 하나는 지방분권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의회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개개인이 자신의 동네에서 쌓아온 지혜 자신의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각 표를 행사해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것이 정당의 탄생이었습니다. 정당제의 가장 큰 단점이 자신의 소신과 반대가 되더라도 자신의 속한 당의 기조에 따라야 한다는 점입니다. 정당제가 개인주의와 지방분권에 뿌리를 두고 있는 미국 헌법 정신에 전면 위배된다고 보는 겁니다.
2. 선거인단의 탄생
이런 두려움은 대통령을 뽑는 과정에도 똑같이 적용이 됐습니다. 워싱턴 DC에서 다 같이 생활하는 의원들이 대통령을 뽑게 되면 자신의 개별 소신과 철학에 따라 투표하기보다는 자신이 좀 더 친한 사람 자신과 같은 무리에 있는 사람을 뽑을 거라는 우려였습니다. 그래서 아예 중앙 정치에 관여되지 않은 사람을 각 주에서 대통령 선거 때만 의원 수 그대로 워싱턴 DC에 불러와 투표를 시키고 다시 돌려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당시엔 통신과 교통도 그렇게 발달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 투표라는 게 불가능하기도 했습니다. 또, 개별 국민이 잘 모르는 채로 대통령 투표에 바로 임하는 것보다는 개별 국민이 자신의 동네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을 고르고 그 사람이 워싱턴 DC에 와 대통령 후보들을 직접 보고 그들의 말을 직접 들어본 후 누구를 뽑을지 판단하는 게 더 현명하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뽑기로 선택한 후보를 무조건 뽑아야 하는 지금과 달리 당시 선거인단에겐 판단의 권한도 주어졌었습니다.
선거인단 제도는 초기부터 왜곡되기 시작했습니다. 조지 워싱턴이 은퇴한 다음 2대 대통령 선거부터 바로 정당이 생겨버렸습니다. 그렇게 선거인단 제도는 원래 취지와 달리 점점 변화해 오늘날의 형태를 띠게 된 것입니다.
미국의 선거 논란
선거인단이 미국의 선거제도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이라면 2020년에 새롭게 떠오른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우편투표 논란입니다. 미국 대선 투표 방식엔 우편투표, 사전 현장투표, 당일 현장투표 3가지가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우편투표에 갑자기 이목이 쏠린 건 코로나19가 크게 유행하면서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우편투표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입니다.
우편투표는 지역 선거관리위원회가 유권자에게 투표지를 우편으로 보내면 유권자가 누구에게 투표할 건지 결정해 표기하고 투표지를 선관위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역시 주마다 정책이 달라서 모든 유권자에게 투표용지가 자동으로 발송되는 주 들고 있고, 신청한 사람들 한테만 발송해 주는 주들도 있고, 피치 못할 사유가 있을 때만 우편투표를 허용하는 주들도 있습니다. 다만,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만큼 대부분의 주에서 우편 투표가 확대됐습니다.
그런데 트럼프는 "우편 투표를 믿을 수 없다"라고 나섰습니다. 우편으로 투표지가 오가는 방식이 본인이 현장에서 직접 화 투표하는 방식에 비해 부정 선거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트럼프는 대선에서 질 경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까지 내놓았습니다. 때마침 뉴욕시에서 이름이 잘못 적힌 투표용지 10만 장이 발송되고 펜실베이니아에선 투표용지가 버려진 채 발견되면서 트럼프의 주장엔 힘이 실렸습니다. 하지만 트럼프의 속내엔 우편투표를 하면 평소 투표를 잘하지 않던 흑인과 히스패닉의 투표율이 올라갈 거고 그렇게 되면 그들이 지지하는 바이든 후보가 표를 더 많이 받을 거라는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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